성경강해

빌레몬서 본문묵상과 탐구(8/9)

사도의 인사 청탁(8-21절)

8절에 이르면서 사도는 본격적으로 빌레몬을 향한 용건을 밝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 편지의 남은 부분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8절을 “그러므로”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앞에서 빌레몬에 대한 소문을 근거로 그를 칭찬했던 것도 사실은 이 용건을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오네시모를 위한 부탁이었다. 사실 사도는 8-10절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말하려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며 뜸을 들이고 있다. 너에게 간구한다(9절). 너에게 간구한다(10절). 사도의 권위를 가지고 네게 명령으로 할 수도 있으나, 그러나 사랑으로 간구한다(appeal). 연장자로서 네게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네게 간구한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갇힌 자로서 떳떳하게 네게 요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네게 간구한다. 그리고 나서 드디어 사도가 빌레몬에게 내어놓는 간구의 내용을 밝히는데, 그것은 오네시모를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오네시모를 위한 바울의 부탁의 핵심은, 오네시모를 더 이상 도주한 종으로 여기지 말고, 사랑 받을 형제로 받아달라는 것이요(16절), 마치 바울 자신을 대하듯이 오네시모를 영접하여 받아달라는 것이었다(17절). 다시 말하면 오네시모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이나 판단을 버리고 새로운 차원에서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렇게 부탁하는 결정적인 근거는 오네시모가 이제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거듭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있었다.

사도는 오네시모에 대한 자신의 부탁을 빌레몬이 받아들여주도록 하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오네시모의 가치와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그는 오네시모가 도주한 노예의 차원을 넘어서서 아주 중요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강조한다. 그는 먼저 자신이 “갇힌 중에서 낳은 아들”이라고 오네시모를 소개한다(10절). 이렇게 함으로써 사도는 오네시모를 그리스도 안에서 영적인 해산의 고통을 통하여 거듭나게 했을 뿐 아니라, 사도 자신이 그에 대하여 지극한 애정을 가지고 귀히 여기는 자임을 빌레몬이 눈치 채도록 하려 한 것이다. 이어서 사도는 오네시모의 과거와 현재를 극단적인 대조로서 부각시킨다. “저가 전에는 네게 무익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므로”(11절). 사도는 “전에는-이제는”, “무익하였으나- 유익하므로”의 대조를 통하여 오네시모에 대한 빌레몬의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고자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오네시모를 “내 심복”(12절)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오네시모를 마치 사도 자신이나 마찬가지로 여겨달라는 암시를 하고 있다. 심복이란 심장을 의미하는 말이다. 16절에서는 직설적으로 “사랑 받는 형제”로 오네시모를 지칭한다. 이것은 빌레몬도 오네시모를 그렇게 여겨달라는 은근한 부탁을 그 안에 담고 있다.

그런가하면, 사도는 오네시모를 위한 자신의 부탁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온갖 수사학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빌레몬의 입장을 세워주기도 하고(14절), 그를 설득하기도 하고(16절), 빌레몬과의 관계에 있어서의 자기의 위치를 내세우기도 하고(17절), 자신이 오네시모를 위하여 그의 빚진 것을 대신 책임지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하고(18절), 위협적 발언을 하기도 하고(20절), 빌레몬에 대한 극도의 신뢰를 표현하기도 한다(21절).

위와 같은 사실로부터 우리는 오네시모를 위한 사도 바울의 부탁이 그냥 한번 해보는 정도의 부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도는 얼마나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오네시모가 빌레몬에게 도주한 옛 노예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사랑하는 형제로, 영원히 함께 할 자로, 그리고 복음 사역을 위하여 유익한 자로 받아들여지도록 하려고 애쓰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바울은 어쩌면 자신이 회심한 이후 예루살렘의 사도들이 아무도 자신의 회심을 믿어주지 않았을 때 바나바가 자신을 데리고 다니며 사도들에게 소개하고 변호해주어서 결국 사도들의 모임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게 되었던 자신의 과거(행9:26-28)를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스도 예수를 위한 열심

사도 바울이 한 사람 오네시모를 위하여 그렇게까지 힘을 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오네시모에게 그렇게 아쉬운 것이 있는 것인가? 오네시모가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이 바울에게 그렇게 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것인가? 오네시모에게 무슨 빚진 것이라도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유는 한 가지 뿐이다. 오네시모가 그리스도 예수와 맺고 있는 관계 때문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낳은 바 된 자요(10절), 그리스도의 일을 위하여 쓸모가 있는 유익한 자요(11절), 그리스도를 위한 사역에 있어서는 나의 심장과 같은 자요(12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영원히 함께 거할 자요(15절),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사랑받는 형제요(16절), 그리스도를 위하여 함께 일할 동역자요(17절)… 한 마디로 말하면 주 안에서 상관이 있는 자,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 때문에, 그리스도가 연결고리가 되어 서로 관련을 맺은 관계가 되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그렇게 그를 위하여 마치 자기 일처럼 온 힘을 다하여 빌레몬에게 간청을 하는 것이다. 오네시모와 개인적으로 얽힌 어떤 이해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리스도 예수를 위한 열심에서 나온 것일 뿐이다.

이러한 점을 부각시켜서 “사도의 인사 청탁”이라는 제목을 붙여 “당신은 그 사람이 맺고 있는 그리스도 예수와의 관련성 때문에 어떤 사람을 돕기 위하여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여러 방식으로 애써 본 적이 있는가?”라는 도전적 질문을 핵심으로 한 설교 한편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간절한 청탁의 근본 이유가 그리스도 예수를 위한 바울의 열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인식한다면, 이것은 결국 바울이 편지의 첫 마디부터 선언하고 있고, 그 이후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는 “그리스도 예수를 위하여”라는 일관된 그의 삶의 원리에서 온 것이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본문 전체를 통하여 나타나는 바울의 “그리스도 예수를 위한” 열심이 말미암은 모습을 요약하여 각 모습을 대지로 한 한편의 설교를 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 나타난 바울의 “그리스도 예수를 위한” 모습들은 적어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그리스도 예수를 위하여 감옥에 갇히기 까지 하는 모습이고, 둘째는 감옥 안에서도 여전히 그리스도를 위한 사역을 계속하여 오네시모를 거듭나게 하는 모습이고, 셋째는 그리스도 예수를 위하여 빌레몬에게 오네시모를 위하여 그렇게 간구하는 모습이다.

* 정창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설교자하우스 대표)

정창균
Latest posts by 정창균 (see all)

그래도 의인은 제 길을 간다

세상이 이런데 언제까지 이러실 거냐고 따져 묻는 하박국에게 결국 하나님은 이렇게 되물으신 셈이었다. 세상이 이런데 너는 어떤 길을 갈 거냐고. 악인들로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을 때 너는 어떤 길을 갈 거냐고. 그리고 하나님이 스스로 주신 답은 그것이었다. “의인은 그래도 제 길을 간다!” 세상이 어떻게 뒤집어져도, 신자는 여전히 제 길을 간다!

빌레몬서 본문묵상과 탐구(9/9)

바울이 받아들이고 있는 오네시모와 실제 그가 처하여 있는 법률적 사회적 상황에서 오네시모 사이에는 극심한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범죄하고 도주한 노예이지, 영원히 함께 할 사랑하는 형제는 아니다. 이것은 어떤 점에서 바울의 오네시모와 빌레몬의 오네시모 사이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도 바울은 오네시모를 그가 처해있는 사회적 상황과는 전혀 다른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근거가 무엇인가?

빌레몬서 본문묵상과 탐구(8/9)

8절에 이르면서 사도는 본격적으로 빌레몬을 향한 용건을 밝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 편지의 남은 부분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8절을 “그러므로”로 시작하는 것으로 보아 앞에서 빌레몬에 대한 소문을 근거로 그를 칭찬했던 것도 사실은 이 용건을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오네시모를 위한 부탁이었다.

빌레몬서 본문묵상과 탐구(7/9)

오네시모를 통해서도 빌레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빌레몬에 대한 소문을 들은 사도는 그에게 편지를 쓰는 용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는 첫 마디에 감격에 차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기도할 때마다 너를 기억하고, 언제나 나의 하나님께 감사한다!”(4절). 사도에게 있어서 빌레몬은 기도할 때마다 그를 위하여 하나님께 간구하고 싶어지고, 그가 생각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가 터져 나오는 신자라는 것이다.

© Copyright - snthouse 성도와 신학 아카데미